절체절명의 위기다.

주머니에는 작은 돈 몇푼이 다였고 사고까지 쳤으니 빨리 이 지옥같은 나라를 떠나야한다.


레기형네 친형제들을 내림차순으로 정리해보면 이렇다. 누나1 형1 형2 누나2 형3 그리고 레기... 이렇게 6남매이다.

그중 큰형은 로또에 맛탱이가가서 그 충격으로 폐지를 줍고 있고, 이혼한 누나1은 소주방을 운영하였다.

형2는 건달출신이지만 생활을다 접고 친구랑 설비일을 하고 누나2는 몸이 많이 아파서 영세민으로 살아간다.

그리고 유일하게 괜찮게 사는게 형3인데 말만 번드르하게 잘하는 사기꾼 기질이 있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레기형이 공무원할때

부모님 쓰라고 꼬박꼬박 보내주었던 조공역시 셋째형이 다 닦아 쳐드셨다고 한다. 이렇게 한국을 가면 분명히 형2의 쿠사리에 못견딜게 뻔하고, 얄미운 형3의 조동아리짓은 더욱 보기 싫지만,,,강원랜드에서 망가진 이후로 만나는 사람도 없었고 마땅히 갈곳도 없는 이 현실이 암울하였다.


레기형은 공항 언저리에서 무장해제된 병사마냥 의욕없이 담배를 뿜으며 이 생각 저생각을 하게되었다. 그 생각들로

머리속이 어지럽기 시작하였다.


형2의 입장에서 보면 울화통이 터질 노릇이었다.

강원랜드때문에 사고쳐서 옷벗고 빌빌대던놈 아는 친구를 통해서 베트남 가이드에 취직을 시켜줬더니 6개월만에 또 사고를 쳐서 그 친구한테 한 소리 듣게 생겼으니 말이다. "야...니 동생 뭐하는 새끼냐?~ 관광객 호텔비를 가지고 노름을 치는 새끼가 이세상 천지에 어딨냐?" " 니 동생이라서 그냥 여기까지만 하겠다만 걔 정신차릴려면 아직 멀었다~" "니가 교육좀 잘시켜라~"

 뻔히 그려지는 그림에 레기형은 한숨만 쉬었다고 한다.


 쓰러져가는 집구석에 경찰 공무원됐다고 동네방네 자랑하던 부모님의 얼굴이 생각이 났고

내 의지와 뜻대로 안되는 불가항력인 노름때문에 모든 상황들이 무너져버린 현실로 괴로웠다고 한다.

 그리고 공항 언저리에서 처음으로 꺼억꺼억 울었다고 한다.


레기형은

복받쳐 끓어오르는 뜨거운 눈물도 잠시밖에 할수 없었다.

이곳을 탈출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방법이 없었다. 집빼고는 돈을 빌릴곳 조차도 없었기 때문이다.

 레기형은 차라리 죽으면 죽었지 그짓은 못하겠다고 판단을하고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대학교 학과 한학번 위였고,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였던 고향 선배가 생각이 났다.

 그 선배는 나도 아는 선배다. 아주 젠틀하고 착한 선배였다.

 다행히 레기형한테 그 선배의 연락처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레기형은 재빠르게 국제 전화 카드를 샀다고 한다.

그리고 그 선배에게 다급하게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그 선배는 동문 생활을 하지 않았기에 노름치다가

맛탱이가 간 레기형의 소식을 모르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냥 레기는 짭새생활하는 레기로만 알고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전화 연결이 되었다.

"형~ 나 누구인데 내가 베트남에 여행을 왔는데~ 갑자기 지갑을 소매치기 당해서 블라블라블라....."

"형~다행히 출금할수 있는 카드는 하나 있어, 정말 미안한테 한국가서 줄테니 나 50만원만 급히좀 보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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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선배는 흔쾌히

"후진국은 소매치기가 많다고 테레비에서도 많이 나오던데... 보내줄테니 조심히 와 임마~"

"형 고마워요~ 내가 꼭 보답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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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경과후

레기형은 선배한테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 선배는 " 어~ 아까 전화 끊자 마자 50만원 계좌로 송금했다."

"형 고마워요~~ 진짜 고마워요~"

레기형은 전화를 끊고 부랴 부랴 ATM기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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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가는 동안 '아~ 살았구나~' '사람 죽으라는 법은 없나보다'라고 생각하였다.

이제 돈을 뽑아서 배고픈 허기를 좀 달래고, 비행기 표를 끊고 한국으로 가기만 하면 되었다.



레기형은 ATM에 카드를 넣고 돈뽑는 순서대로 버튼을 눌렀다고 한다.

그리고 인출버튼을 누르고 돈나오기를 기다렸는데...

잔액은 없어졌는데 돈은 안나오고 아주 빡치는 상황이 연출이 되었다고 한다.

어떻게 50만원을 얻은건데,,, 아놔~ㅅ발 갑자기 이거 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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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후진국이라도  쌩돈 쳐먹지는 않겠지....맞어... 분명 해결이 될꺼야... 라고 자기 위안을 삼고

ATM관계자를 불렀는데...이윽고 관계자가 왔다고 한다.

우선 대화가 되지 않아서 애를 먹었다고한다. 상황을 설명해야 되는데 설명이 쉽지도 않았다.

레기형은 손짓 발짓써가며 관계자에게 현상황을 설명하였고, 결국 관계자가 무슨상황이었는지 인지하였다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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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관계자가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를 하는것이다.

은행에 의뢰를 해야하고 기간은 15일정도가 소요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확인이 되면 본인 계좌로 다시 캐시백이 된다고 설명을 하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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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기형 말에 의하면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후진국에서 이럴경우 돌려받기도 하지만 뜯길가능성도많다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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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하늘에 날벼락과 같은 소리에 레기형은 또다시 위기를 맞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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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ㅅ발~~  도대체 난 왜이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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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움을 당해보면 인간관계는 명확해진다. 특히나 사람이 망가져갈때는 그 부분이 더 잘 보인다.

피를 나눌것처럼 '의리'를 외쳤던 놈들은 망가져가는 소식을 듣고 쌩깔때가 많고

오히려 좀 어렵게만 느껴졌던 사람이 은인이 되기도한다. 그러기에 인간관계가 참 재미있다.   


레기형은 하는 수없이 그 선배에게 또다시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그리고 자초지종을 설명을 하였다고 한다.

"형 진짜 구라아니고....형이 준 50이.....블라블라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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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선배형은 50더 보낼테니까 나중에 잘 갚으라고 이야기 하고는

또다시 50만원을 송금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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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기형은 또다시 빡치는 시츄에이션을 방지하고자

은행에 직접갔다고 한다.

그리고 어렵사리 돈을 인출하게 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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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끝에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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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