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나만 고수다.
작성일 11-07-26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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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세부아노 쪽지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조회 1,153회 댓글 53건본문
오늘로 세부 들어온지 13일 째가 되는 날이네요.
어제 밤에 술이 너무 과해서 오늘 아침에 운동가는 데에 많이 애를 먹었네요... ^-^;
과달루페 크라운레젼시 옆에 보시면 미국인 소유의 로컬 식당이 하나 있죠.
그곳은 24시간 운영되는 곳인데요, 세부시티의 수 많은 기사들이 즐겨찾는 식당이기도 하죠.
다른 곳과 또 다른 특징이 있다면, 24시간 음식을 따뜻하게 데우고 있다는 점 정도가 있죠~
언제나 따뜻한 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으니 모든 사람들이 사랑할 수 밖에 없겠죠.
어제는 그곳에서 만다위,콜론,라훅 경찰과 친구 둘 해서 총 여섯명에서 로컬스타일로 술을 돌려 마셨었는데,
레드홀스로 거의 50바퀴 이상 돌았던 것 같네요... 술이 어찌나 세던지...
아직은 직급이라 부를만한 경력이 없는 어린 친구들이라 아무 거리낌없이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이죠.
같이 커 가는 사이라고 해야하나요... 제가 어느정도 자리 잡았을 때에 서로 도움을 줄 수 있겠죠?
직급과는 상관없이 중요 계약 건수가 있을 때마다, 단지 경찰정복을 입고 동행해주는 것만으로도 저에게는 큰 도움이 되더군요.
가끔 제 차량을 몰 때에도 바랑가이홀 근방 경찰들과 안면을 터 놓은 인터섹션에서는 그냥 통과가 되는 특혜(?)가 주어지죠.
예전에 삥(?) 뜯겼던 때를 떠올려보면 지금은 그냥 하하거리며 웃을 수 있는 재미난 추억거리가 되어버렸죠.
오랜만에 그런 술자리를 가지면서 다시 한번 행복한 여유를 느꼈습니다.
시간가는 줄도 모른채로 줄창 정신줄을 놓고 술을 마셔본적은 한국에서는 한번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항상 시계를 확인하고 그랬던 기억뿐인데 말이죠.
그렇게 마시고도 또 한번... 대병으로 한병을 더 시키더군요, 직원이 어김없이 싸인지를 가져옵니다.
정복을 입은채로 진지하게 싸인을 하고 있는 친구의 모습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야... 옷에서 냄새난다... 좀 빨아입어라] 라고 해도 언제나 정복이 자랑스러운 친구들은 항상 정복 차림입니다.
구두도 지저분하고.... 그래도 그 자부심 하나로 사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제가 너무 많이 취해서 집까지는 친구가 데려다주었는데 그대로 숙면을 취하고는 알람에 눈을 떠 보니 일곱시가 조금 넘었더군요...
너무 푹 잘 잤던거 같습니다. 역시 술은 쏘맥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레드홀스! 아니던가요 ^-^?
아침 운동 시간 알람이 어제, 아니 오늘 새벽에 주문만 하면 싸인을 받으러 오던 직원마냥 어김없이! 또 울렸습니다.
운동 나가면서 또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어 지프니에 몸을 싣고 있는데, 문득...꽉 들어찬 지프니를 보고 있노라니,
참 이렇게 정직하고 착한 사람들이 또 어디에 있을까 하는 생각이 새삼스레 들더군요.
기사님이 10페소, 20페소짜리 같이 기본 요금 이상을 내는 사람 이외에는
거스름돈을 거슬러 줄 필요가 없어 눈을 마주치지 않기때문에 누가 요금을 내고 안 내는지 모두 알 수는 없습니다.
필리핀 서민들의 지식수준을 감안하여 봤을 적에, 어디서 출발했는지, 내릴껀지 역시 모두 기억한다는 것 또한 불가능한 일이죠.
반대로, 기사님도 정확하게 1페소 하나 남기지 않고 깔끔히 잔돈을 거슬러 줍니다.
서로 믿는다고 밖에 볼 수 없는 것이죠. 스스로의 양심에 큰 무게를 싣고 있기도 하구요.
그래서 저는 필리피노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떠들고 다니는 사람들은 이해를 못합니다.
그저, '평상시에 얼마나 처신을 똑바로 하지 못했으면...' 하는 생각뿐입니다.
그냥 아무 백지 종이조각이라도 거기에 싸인 하나만 받아두면 함부로하지 못하는 것이 필리피노입니다.
믿었던 한국 사람에게 당했다는 씁쓸한 이야기가 더 많이 들려오는 것이 그 때문이겠지요.
세부 바닐라드 코리아나 근처에 잠깐 생겼다가 사라진 컨설팅업체도 사기꾼들이었다고 하더군요.
필리핀 거주하는 한국분 중에는 특이한 생각을 가지신 분들이 더러 계신 것 같습니다.
무언가를 알면, 마치 그것을 자기만이 안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에만 그친다면 그리 큰 문제는 아닐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그 생각을 반드시 이윤과 연결시키려 한다는 것입니다.
같은 한국 사람인데, 다른 나라 사람보다 경계를 해야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이전에 한번, 정보를 활성화시키고 물가에 대한 정확한 인지를 갖자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여러 회원님들의 노력으로 이제는 정보나 물가에 대한 정확한 인식들이 많이 향상되고 정상화 될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지고 있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한 발 더 나아가 볼 때가 된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나만 고수다" 라는 마인드를 혹시 갖고있는 분들이 계시다면
그 못된 마인드를 하루 빨리 바꾸어야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은 남도 알고 있는 것이고, 남도 알 수 있는 것이라는 걸 알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알았다고 해서 자기만이 알 수 있고 자기만이 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오만방자한 태도는 결국 제2,
제3의 오만방자함을 만들게 되고, 돈으로까지 연결시키려하는 기형적인 변종집단까지 만들게 되는 것입니다.
필리핀에 단지 오래 살았다는 것 자체는 절대 자랑이 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그것이 경력인 것 마냥 수박 겉핥기 식의 얕은 지식만을 과시하는 것은
이미 먼저 조금 더 알고있는 분들의 눈에는 너무나 추잡한 것으로 비춰질 뿐이란 것을 우리 모두는 알아야 할 것입니다.
1년을 살아도 10년을 산 사람보다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 순간, 자기만의 세계에 빠지게 될 위험이 큽니다.
남들보다 오래살고, 남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조금 더 가지고 있는 분이라면
상호 간 돈이 들지 않는 부분에서만 서로 돕는 식으로 서서히 시도해보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좋겠습니다.
가령... 제가 데리고 있는 메카닉이 두 명이 있어서 차 망가지시면 비싼 카센타가지 마시고 가지고 오시라고 하고 싶지만,
비용이 들어가는 부분을 막상 청구하게 될 경우에는 차후에 여러가지 문제가 생길 우려가 큽니다.
순수하게 도움을 주고자 했던 분이나 도움을 받고자 했던 분의 상호 간에 분쟁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죠.
그것은 '돈'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싸인 문화와 지프니 안에서도 볼 수 있는 필리피노식의 무조건적인 신뢰가 한인 사회에 올바르게 정착되지 못한 상태에서,
돈에 관련된 상호 간의 '도움 주고 받기'라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가 사람을 볼 때, 고수와 하수가 아닌, '먼저 조금 알게된 사람'과 '앞으로 알게 될 사람'으로 보는 시각을 갖춘다면
'나만 고수다'를 외치는 사람들이 자연스레 도태되는 환경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그럼 한인 모두가 똘똘 뭉쳐, 필리피노와 함께 잘 어우러져 살 수 있는 건강한 한인 사회가 가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