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열의 세계 속으로] <34>
▲괌지도.
최근 북한이 ICBM으로 ‘포위 사격’하겠다고 위협하는 괌(Guam)은 한반도에서 동남쪽으로 약2400㎞, 하와이에서 남쪽 약5000㎞, 필리핀에서 동쪽으로 약2600㎞ 떨어진 태평양의 작은 섬이다. 섬은 동서 6~14㎞, 남북 48㎞로서 길쭉하고 면적은 제주도(1886㎢)의 1/3 정도에 불과한 544㎢이지만, 미크로네시아 제도(Micronesia Islands)에서 가장 큰 섬이자 마리아나 제도(Mariana Islands) 최남단 섬이다. 미크로네시아란 그리스어로 '작다'는 뜻의 Mikros와 '여러 섬들(諸島)'이라는 뜻의 Nesoi에서 유래하는데, 섬들의 동쪽에는 세계에서 수심이 가장 깊은 1만m 이상의 마리아나 해구(海丘)가 있다.
▲정승열 한국공무원문학협회 회장
괌은 1521년 세계 일주하던 포르투갈의 항해사 마젤란의 발견으로 세상에 처음 알려졌으며, 괌이란 티모르어로 ‘물’을 의미하는 구아한(Guahan)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마젤란은 원주민들이 카누를 타고 여러 섬을 돌아다니며 해적생활을 하는 것을 보고 ‘도적들의 섬(Isia de los Ladrones)’이라고 하며 기항지로만 이용할 뿐 영유권은 생각하지 않았으나, 당시 세계 해상권을 장악하고 있던 스페인의 장군이자 필리핀 총독 레가스피(M.L.Legazpi: 1505~1572)가 1565년 괌의 영유권을 주장했다.
그리고 필리핀에서 멕시코로 가는 중간기착지로 삼고, 괌 일대의 섬들을 스페인 국왕 필립 4세의 왕비 ‘마리아 아나(Maria Anna)’의 이름을 따서 마리아나 제도(MI : Mariana Islands)라고 이름 붙였다. 이후 1668년 산 비토레스 신부가 괌에 상륙해서 가톨릭을 포교하여 주민들 90% 이상을 가톨릭 신자로 개종시키는 등 300여 년 동안 통치하다 1898년 식민지 쿠바의 반란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쿠바를 지원하는 미국과의 전쟁에 패해서 미국에 할양하게 되었다.
▲힐튼호텔에서 바라본 해변.
이때 스페인은 괌을 제외한 사이판 등 여러 섬을 독일에게 450만 달러에 매각함으로서 마리아나 제도는 미국령이 된 괌을 중심으로 한 마리아나 제도와 독일령이 된 사이판 등 북마리아나 제도로 나눠지게 되었다(마리아제도에 관하여는 2017. 07.14. 사이판여행(1) 참조).
일본 열도와 비슷하게 바나나처럼 휘어진 마리아나 제도는 나키리바시(Republic of Kiribati: 길버트 제도), 투발로(Tuvalu), 괌, 나우루(Republic of Nauru), 북마리아나 연방((C.N.M.I; Commonwealth of the Northern Mariana Islands), 미크로네시아 연방(캐롤라인 제도에 속하는 야프·포나페·트루크·코스라이에), 마셜 제도(Republic of Mashall Islands), 팔라우(Republic of Palau) 등의 여러 섬이 있지만, 인구는 매우 적어서 적도 아래인 키리바시 10만 명, 1978년 키리바시에서 독립해서 영연방이 된 투발로와 나우루는 각각 1만 명, 미크로네시아 연방은 10만6천 명 정도다. 적도 위인 사이판 등 북 마리아나 연방은 5만 명, 마산 제도 7만3천 명, 팔라우 3만 명 등이다.
▲미 앤더슨 공군기지.
미국은 괌 등 마리아나 제도를 태평양 항해의 중간기착지로 이용하던 중 1941년 12월 일본의 하와이 진주만 기습공격 때 괌을 잃었다. 일본은 괌을 차지한 뒤 ‘오미야 지마(才宮島)’라고 고치고, 한편 스페인으로부터 사이판 등 북마리아나 제도를 매입했던 독일이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하자 1916년 일본은 북마리아나 제도를 점령하여 사실상 태평양의 섬 대부분을 점령한 뒤 이른바 ‘태평양전쟁(1941~1945)’을 벌였다.
▲괌 해군기지(괌 관광청)
이때 괌에는 남태평양 공군기지, 티니안에 해군기지, 사이판에 육군기지를 두었으나, 3년만인 1944년 7월 미 해병대에 의해서 마리아나 제도와 북마리아나 제도를 모두 빼앗겼다. 미국은 북마리아나 제도는 유엔의 결정에 따라 신탁통치령이 됨으로서 군사기지를 설치하지 못하고, 괌을 아시아․태평양의 군사기지로 삼아 괌 전역의 1/3에 이르는 앤더슨 공군기지와 태평양사령부, 태평양 제7함대 등의 모항인 아프라 해군기지를 설치했다.
▲미해군 잠수함기지(괌 관광청)
괌의 공식명칭은 ‘미국령 괌 준주(United States island territory of Guam)’로서 마리아나 제도의 중심지고, 주도(州都)는 괌의 하가냐(Hagatna), 인구는 2016년 말 현재 미크로네시아 국가 중 가장 많은 16만2천 명이다. 주민은 원주민 차모로족이 47%, 필리핀인 25%, 백인 10%, 기타 각국에서 이주해온 다인종 사회인데, 자치령이어서 올림픽 등 국제경기에 독립국가의 자격에서 출전하고 있다. 그러나 2차 대전 후 1947년부터 1986년까지 미국의 신탁통치를 받던 사이판 등 북마리아나 제도는 신탁통치가 끝난 뒤 미국연방에 편입된 준주(準州)가 되어서 이런 독자성은 없다.
▲시내지도.
괌은 약7000명에 이르는 미군 병사들과 그 가족들의 소비가 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으나, 미국은 괌을 사이판 등 북마리아나 제도와 마찬가지로 관광수입 확대로 국민소득을 늘이려고 여러 개방정책을 펴고 있다. 우선, 서울에도 괌 관광청 사무소를 운영하고, 미국령이지만 입국에 필요한 비자를 면제하여 국내에서는 인천국제공항 이외에 김해와 대구에서도 출발하는 항공노선 등이 있어서 쉽게 입국할 수 있다.
▲사랑의 절벽 해안.
둘째, 외국인은 현지 운전면허증을 취득하거나 국제운전면허증이 있어야 하지만, 한국의 운전면허증만 있으면 렌탈이 가능하다. 특히 렌탈 차량에는 한글 내비게이션이 장착되어 있어서 한국인들에게 편리한데, 여행객들은 렌터카 업체에서 서비스하는 지도만으로도 괌의 관광지를 드라이브하는데 아무런 불편이 없다. 렌탈요금은 차량, 이용기간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1일 80~100달러 정도이다.
셋째, 사이판 등 북마리아나 제도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괌에서는 관광지마다 영어․ 일본어․ 한글안내문을 설치해서 한국인, 일본인들이 굳이 패키지여행이 아니더라도 가족이나 연인들끼리 자유여행하는 경우에도 불편하지 않도록 했다. 이와 같이 제주도 여행보다 더 저렴하고 편리한 절차로 괌을 여행하면서 바다뿐만 아니라 호텔마다 3~4개의 수영장에서 24시간 수영할 수 있다는 점도 어린이를 동반한 부모들에게 매력 만점인데, 지난해 연간 괌을 찾는 관광객 150만 명 중 50% 이상이 한국인이라고 한다.
▲전망대.